참을 수 없는 오만함 ‘셀프 사면법’
기자명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정교모 공동대표
입력 2026.05.05 13:45 수정 2026.05.05 14:04
2026년 4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임명·승인하는 특별검사에게 이미 기소된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 본인이 피고인으로 연루된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을 포함해 총 12건의 재판을 사실상 무효로 할 수 있는 구조다.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1심 선고 전까지 공소취소를 허용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직접 취소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헌법 제103조가 명시한 사법독립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할 우려가 크다. 또한 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 제도와 제84조의 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금지 조항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 탄핵을 위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탄핵에 필요한 높은 문턱을 우회해, 과반 의결만으로 대통령 관련 재판을 사실상 무효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그간 판례를 통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공소권의 독립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이미 법원에 제기된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 진행 중인 재판 자체를 종결시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입법 시도는 해외 권위주의 독재 정권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04년 6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국회를 통해 최고재판소 판사 정원을 20명에서 32명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사실상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역시 2020년 7월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평생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검찰총장 임명·해임 권한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켰다.
이 법안은 지방선거를 불과 33일 앞둔 시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종료 직후 긴급히 발의됐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구체적인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달라"고 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여 시기만 늦춰질 뿐 대통령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음을 드러냈다.
이번 특검법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법치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경우 민주주의 근간까지 흔들릴 위험이 크다. 6·3 지방선거는 이러한 권력을 국민이 평가하고 판단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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