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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의 대담
최근 수정 : 2018년 12월 8일 (토) 04:00

김대중과의 대담

《동양의 사상에는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하는 가치관이 있다》

  - 1945년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이후의 한국 현대사와 당신의 일생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사 전개에서 어떠한 교훈을 끌어내는가요?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 역사는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민주주의의 점진적 발전, 경제성장, 그리고 국토의 분할입니다. 우리의 현대사는 또한 식민통치의 멍에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친일파에 의한 지배가 특징입니다.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그들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제하의 경찰이 우리의 경찰이 되었고, 일제하의 행정관료와 친일파들이 대체로 남한의 고위 공무원과 정책담당자가 되었습니다. 군부도 마찬가지였고 지식인 세계의 일부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친일파의 자손들은 손자 때까지 부유하고 독립운동가의 집안은 3대가 가난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는 일본이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든 1905년 이후 식민통치에 맞서 투쟁하는 민족주의 운동이 있었습니다. 1910년에 한국은 합병되었습니다. 1919년 독립운동이 일어난 후, 상하이에 망명정부가 세워졌습니다. 해방 다음날 한국민이 세운 한 정당은 친일파들이 권력 장악에 맞서 투쟁했으나, 미국은 안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친일파들을 지지했으며 그들이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것을 방임했습니다. 이것은 1988년 노태우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 탄압의 구실이 되었습니다.

경제발전으로 말하자면, 확실히 커다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빈부의 격차와 도시 농촌과의 격차, 지역간의 차이가 커졌습니다. 김영삼이 집권한 이후(1993), 군부는 숙청되었고, 이 점에 대해서, 나는 그의 정책에 만족합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 자체가 아직도 군사정권의 검열을 받는 포로입니다. 논쟁이 열려야 하고, 교과서를 고쳐야 합니다. 이런 것은 더 위대한 민주주의를 향한 커다란 발전이 될 것입니다.

  - 과거의 독재정권들이(이숭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한국이 오래된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필요악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그것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를 해야만 공산주의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민주정권이 들어서야만, 우리는 더 정의로운 부의 분배에 중점을 둔 더욱 균형있고 건전한 경제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정의 부재입니다.

  -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1960년 봄의 학생봉기로 집권한 장면 정권의 경험은 명확한 결론을 내릴 근거가 되지 않나요?

박정희는 공산당에 의한 국가전복 가능성, 사회 불안, 정부의 부패를 1961년의 5․16 쿠데타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장면 정권이 출범한지 겨우 12일만에, 박정희와 일부 장교들은 정부전복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집권하자마자, 그들이 무너뜨린 정권이 세운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활용했습니다. 박정희가 이 나라 경제도약에 공헌한 점을 나는 인정합니다. 저임금이 경제성장의 수단인 나라에서 효율성으로 불 때 억압은《긍정적》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으로 말미암아 위에서부터 부패하여 온 나라에 퍼지게 되며 또한 사회에 정의가 부재하게 됩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일한 공헌은 국민이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아 준 것입니다.

  - 당신의 정치적, 도덕적 신념은 어디서 나옵니까? 민족문화유산인가요, 카톨릭 신앙인가요?

둘 다입니다. 나의 기독교 신앙에서 온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정의에 대한 나의 신념에서 오기도 했습니다. 잠깐 동안은, 한 정권이나 개인이 힘으로 권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내는 벌을 받습니다. 정의와 민주주의의 가치에 집착하는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패배한다 하더라도, 역사에서는 승리할 것입니다. 내가 전두환 정권에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물론 나는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협조하면 풀어주겠다고 내게 약속했어도 내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나를 며칠안에 처형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나를 심판할 것이라는 나의 신념 때문에 굽히지 않았습니다.

  - 당신은 군사정권에 의해서 용공적이라고 종종 비난받았습니다. 당신이 가끔 암시하는 한국의《민중》(인민, 대중)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지요? 

민중이 프롤레타리아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을 말합니다. 그들은 정의와 자유를 요구합니다. 이 개념은 한국의 오래된 전통에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13세기 몽고의 침입당시 정부는 섬으로 피신한 반면 투쟁한 이들은 무명의 가난한 사람들이었고 일제의 침략에 맞서 투쟁한 이들도 그렇습니다. 민중은 국민국가 개념이 도입되기 전에 국민개념과 합치된 것입니다. 민중은 깊은 소속의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 분단은 한국을 줄곧 사로잡는 문제입니다. 당신은 국가연합을 주장해왔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현실적이라고 보여지는지요? 

여전히 그렇습니다. 군사정권하에서는 국가연합 개념이 권력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이는 흡수통일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흡수통일은 독일통일의 교훈과 흡수통일이 내포한 위험, 이 두 가지 이유에서 잘못된 길입니다. 흡수통일을 추구하면 평양은 핵무장을 할 좋은 구실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중국은 흡수통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이 두 나라는 1000km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중국에게 있어 황해로 접근하는 통로이며 만주지역과 중국 북동부의 신흥공업지대에 보호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흡수통일을 추진하면 중국이 북한에 직접 개입하여 평양에 그들이 원하는 군사 교두보를 구축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1950년부터 중국은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했으며 북한은 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인 이해를 대변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미국은 중국입장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독일의 예는 우리가 점진적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나의 남북 국가연합 이론에서는 첫 번째 단계로 국방, 외교, 내무분야를 맡는 두 개의 독립정부가 유지됩니다. 국가연합은 교류, 협력을 촉진할 남북의 대표로 구성된 공동기구를 만들어 1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 상호신뢰를 쌓으면서 연방국가 성립의 길을 엽니다. 북한은 특히 단번에 연방으로 가기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김영남 외교부장을 포함한 책임자들은 나의 제안을 쾌히 논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 평양 정권은 핵위협 카드를 쓰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생각합니까? 

김일성의 목적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정상화를 하려는 것입니다.《핵위협》은 흥정의 일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좌우간, 김일성이 겨우 하나 혹은 몇 개의 핵폭탄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경제 상황은 극히 나쁩니다. 김일성이 외부원조를 얻지 못하면 경제난으로 인해 정권이 무너질 것입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국민 총생산은 남한의 10분의 1입니다. 앞으로는, 15분의 1, 20분의 1이 될 것입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군사 도발을 감행하면, 틀림없이 남한의 일부분을 파괴시킬 수는 있겠지만,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김일성의 태도에는 논리가 있을 것이며 자살적인 행위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명예로운 해결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은 지난 50년 간 통일 개념을 세 번 바꾸었습니다 : 1953년까지, 평양정권은 南을 무력으로《공산화》하려 했습니다. 이것은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북한은 남한을 전복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실패했습니다. 1991년부터 평양정권은 (40년 간 거부해온)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받아들이는 등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또 1973년부터 박정희는 (미국이 북한을 승인하고, 중국과 소련이 남한을 승인하는) 교차 승인을 요구해 왔는데,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이 교차 승인 제안은 실제로는 현재까지는 (러시아와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한) 남한에만 이익을 주었습니다. 서양의 어떤 나라도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고립되었다고, 더 나아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정당합니다, 왜냐하면 1991년 남북한이 맺은 협정으로 남한을 실질적으로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평양 당국자들의 입장 변화를 감지합니다(특히 1993년 9월에 김일성이 중국의 정치 개혁 성공을 공인한 것). 그러므로 북한을 궁지에 몰아 넣지 말고 또 다른 중국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무력보다 설득을 믿습니다 : 냉전은 소련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데탕트는 점진적으로 소련을 내부 붕괴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 프랑스와 미국도 (무력으로는) 실패했습니다. 쿠바는 또 다른 예입니다. 중국을 보면, 중국의 변화는 리차드 닉슨이 중국을 승인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전세계에 더 이상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은 우리가 남북문제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기 위해서는, 더 현실적이고 유연한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가요? 

표면적으로는, 대결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목표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 그 날로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용의가 있습니다. 미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여 1995년 핵확산 금지 조약에 가입하기를 원합니다.

  - 몇 달 전부터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요? 

양쪽의 목표와 이득이 충분하고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해결 방법은 정치적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은 기술적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제 원자력 기구의 핵사찰이 그런 것입니다.

  - 냉전이 끝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아시아에서는 서구적 가치의 우월성같은 것을 논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 전개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요? 

소련의 붕괴이후로 민주주의 -20세기에는 근본적으로는 서양에만 있었던-, 시장경제 그리고 민족주의라는 세 가지 현상이 보편적이 되고 있습니다. 파워 게임에서 군사력의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으로, 경제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며 이것이 문화적 또는 종교적 힘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음 세기에는《문명의 충돌》(1)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양이 적은 인구를 가지고도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이러한 시대는 끝났습니다. 동양은 옛날에는 위대한 문명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2백년간 서양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전보다는 정상적인 균형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동양이 서양이 했던 것처럼 세계를 지배할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세기의 큰 문제는 두 동서양간의 협력을 어떻게 이루느냐는 것이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적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는 동양적 전통 혹은 서양의 독점적 표현인 인권을 확인할 수 없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의 사상에는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하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이러한 가치를 정치 체계로 제도화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2천여 년 전 중국에서 유학에 큰 영향을 준 맹자와 같은 사상가는 天子인 황제는 선정을 할 天命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백성은 천자를 쫓아낼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나에게는 17세기 말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의《사회 계약설》과 통하는 데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인 자비는 인권선언의 용어로는 확실히 옮겨지지 않습니다마는, 이 가르침은 인간의 존엄과 절대가치를 확인시켜 줍니다. 한국에서 동학(東學)(2) 종교운동의 창시자는 人乃天이라 하여 사람섬기기를 하늘과 같이하라 했습니다. 민주주의의와 인간존중 사상이 동서양 전통에 존재한다고 나는 믿습니다. 큰 차이점은 유럽은 이를 사회제도화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상은 아시아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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