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세기는 유대계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정치, 철학 에세이다. 20세기를 전쟁의 세기, 혁명의 세기, 폭력의 세기로 규정하고 있는 이 책은, 인류의 지적 작업에 거의 전무한 '폭력' 그 자체를 고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 사상적으로는 근대 이후의 정치사상을 대부분 포괄하고 있으나, 실제 배경은 주로 1960~70년대의 정치적 사건들이다. 베트남 전쟁, 혹은 인권운동, 68년 학생운동 등. 전체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러 대학(시카고, 버클리, 프린스턴 등)에서 2~3년간 강의한 것을 정리한 것으로 소제목은 없다.

아렌트는 20세기를 전쟁과 혁명의 세기, 그 공통분모인 폭력의 세기로 규정한다. 20세기는 이성의 힘으로 폭력 수단을 발전시켜왔지만, 이제 아무도 그것을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없는 상황이 되었고,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만든 파괴 수단에 의해 스스로 절멸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전쟁이나 혁명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어 왔지만) 폭력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은 전무하다. 아렌트가 보기에, 폭력에 대한 옹호는 19~20세기가 갖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진보'라는 관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직선적이고 연속적인 진보,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는 진보, 이러한 20세기의 관념은 언제든 목적을 내세워 폭력 수단을 정당화하는 폭력에 대한 변론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에 대한 아렌트의 대안적 성찰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째, 폭력과 권력의 구별. 사람들은 폭력을 행사하면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폭력과 권력은 전혀 다르다. 권력이 함께 모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서 상호간의 동의와 지지에 바탕한 것이라면, 폭력은 사람수에 상관없이 강제ㆍ복종을 지향할 뿐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행동 능력의 강조 흔히 사람은 동물처럼 행위한다는 관념이 자연과학에 널리 퍼져 있고, 따라서 인간의 폭력을 불가피한 동물적 특성으로 정의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 능력은 동물성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생성시킬 수 있는, 우리의 의지 및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렌트는 20세기에 잃어버린 인간의 의지 및 능력을 회복해야만 한다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