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The Church Year)이란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해를 기준으로 한 양력(Solar Calendar)이나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Lunar Calendar)과 달리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 교회 달력이다.

개요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나 민족들의 명절, 축제는 교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탄절, 부활절 축제 그리고 사순절을 앞두고 행해지는 사육제(Carnival)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육제는 사순절 기간 중 금식과 절식 등의 절제된 생활을 맞이하기 전 이 기간을 지내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하여 고기로 만든 음식을 먹고 노래와 춤을 즐기던 관습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경우 불교와 유교의 문화적 환경에서 생활해왔고,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교회력의 메마른 전통을 가진 미국 청교도 교회들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한국 교회의 여건들은 기독교인이 일상 생활에서 그리스도의 생애가 중심이 된 교회력을 생활화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교회력이란

교회력은 초대 교회 때부터 내려온 교회의 중요한 문화적 유산 중 하나로써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달되어 오고 있으며, 예배의 주제를 설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다.

교회력의 시작은 초대 교회의 교인들이 주일(Lord's Day)을 따로 정하여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특별 예배를 드린 데서 시작되었다. 한편 부활절이나 성령 대강절과 같은 교회의 큰 사건들을 해마다 축하하였는데, 이러한 일들이 후에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순환달력으로 발전하여 지금의 교회력이 시작되었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의 구원의 역사 안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해마다 기념하는 것이다. 이는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을 나타낸다고 기독교인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행적을 중심으로 한 귀중한 것으로써 예배의 주제를 제시하여 주고 있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사건들이 규칙적이며 조직적인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건들은 기독교인의 교회 생활과 신앙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교회력과 한국 교회

교회의 역사에서 교회력을 폐지하거나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그 중요성으로 인해 보존되고 활용되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개신 교회에서는 성인(聖人)들의 기념일 등 일부를 제외한 교회력의 주요한 부분들이 지켜지고 있으며 예배의 주제와 내용을 설정하는데 기준이 되어왔다. 그러나 초기 미국 이주민 중 영국의 청교도들은 교회력을 가톨릭 교회나 영국 교회의 제도로 잘못 인식하여 교회력을 소홀히 하였다. 그 결과 많은 수의 미국 교회들은 교회력에 대한 메마른 전통을 가지게 되었다. 그 예로 세계 평화주일, 인권주일, 가정의 날(어버이 주일, 어린이 주일) 등이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된 교회력보다 교회에서 더 강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교회에서 지켜지는 세계 평화주일은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며, 인권 주일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인 11월 11일이고, 가정의 날은 5월 둘째 주일이다.

미국 교회의 영향을 받은 한국 교회들도 교회력을 따르지 않는 교회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목회자들의 개인적 견해나 편견으로 인하여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 인권 주일, 집회강조 주일 등이 하나님의 구원이며 그리스도의 생애가 중심이 된 교회력보다 우선되거나 때로 혼동되어 사용됨으로 주일 예배의 주제에서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흔히 있다. 목회자에 따라 교회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교회가 일부 있으나 그 교회들도 교회력에 의한 절기의 색깔 정도만 지키고 있으며, 교회력을 예배의 주제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많은 수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교회력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부족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으며, 다른 이유로는 교회력을 따를 경우 주일 예배 설교의 선택이 자유롭지 못하고 내용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는데 있다.

교회력에 사용되는 색

교회에서 절기를 나타내는 방법의 하나는 절기를 나타내거나 상징하는 색, 즉 의식의 색이다. 오래 전부터 교회는 재단(alter), 설교대(pulpit), 성경봉독대(Lectern: 예배의 사회자가 사용하는 곳)의 내림천(antependium)과 집례복, 드림천(stole) 등에 교회 절기의 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하여 이들과 관계된 날들과 계절들의 정신과 의미를 나타내어 왔다.

초대교회 때부터 색이 사용되었는데, 이 때는 표백되지 않은 흰색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어지며, 지금과 같은 다양한 색은 12세기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절기의 색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왔으나, 교회와 교파에 따라 조금씩 색의 차이가 있다.

흰색

순결, 거룩, 완전, 위엄, 영광, 즐거움의 색이며 신성함을 의미하기도 하다. 흰색은 성탄절, 부활절, 현현절(1월 6일)과 같은 기쁜 축제와 그리스도의 생애에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때 사용하는 색이다.

초록색

번영과 성장을 상징하는 색이다. 다른 색에 비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성장과 발전을 강조하는 후반 축제기와 현현일을 제외한 현현절 기간에 사용하는 색이다.

보라색

참회, 애도, 준비의 색이다. 대강절과 수난절에 사용되는 의식의 색이다. 교회에 따라 대강절에 청색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희망을 나타내는 색이다.

붉은색

불과 피를 상징하는 색이다. 붉은 색은 하나님을 향한 열심, 자기희생, 순교, 감사, 찬양, 기도, 성령을 의미한다. 이 색은 성령 대강절, 교회 헌당 및 기념일, 순교자 추모일, 종교 개혁일 등에 사용된다.

검은색

애도와 죽음의 색으로 죄를 깊히 뉘우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검은색은 성 금요일에만 사용되나 형편에 따라서 보라색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외의 색

황금색은 현현절 기간과 부활절 주일에 사용되는데, 황금색은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주홍색은 고난 주일(종려 주일)과 성 금요일을 제외한 성 주간에 사용할 수 있다.

교회력의 주요 절기

교회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교회력의 처음 6개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대강절로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의 탄생, 생애, 고난, 죽음, 부활, 승천, 성령의 오심으로 끝난다. 이 기간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관계된 중요한 사건들이 있는 기간으로 전반 축제기 혹은 그리스도의 기간으로 불리운다.

교회력의 후반기는 후반 축제기 또는 교회의 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은 신앙 생활의 그리스도적 훈련을 중심으로 교회 생활과 성장에 중점을 둔다.

전반 축제기(그리스도의 기간)

대강절(Advent/강림절, 대림절, 장림절)

대강절은 교회력의 최초 계절로, 교회력이 시작하는 절기이다. 대강절은 성탄절 4주 전에 시작하여 4주간 동안 지켜진다. 이 절기는 그리스도의 오심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기간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 과거에 인간으로 베들레헴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 현재의 말씀과 성찬을 통하여 우리 마음속에 은총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 마지막 심판 날에 미래의 재림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대강절을 맞이하는 기독교인들은 겸손한 참회의 정신과 회개하는 마음가짐으로 성탄을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하여야 한다. 그러나 참회는 사순절과 같이 엄격한 것이 아니며, 희망과 행복한 마음 자세를 갖도록 참회를 실천으로 준비하는 절기이다. 또한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심으로 기쁜 절기이기도 하다. 이는 마지막 심판의 날에 오실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하여 영적인 준비를 함으로써 기쁨으로 신도들에게 오실 재림을 겸손히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현실

한국의 많은 개신교회들은 지키지 않고, 이 기간 중에 세계 인권 선언일, 성서 주일 등을 지킨다. 한편 마지막 강림 주일인 4번째 대강절(성탄절 바로 전 주일) 저녁 예배에서 성탄의 메세지와 축하 음악을 가지고 미리 성탄 축하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있다.

성탄절에 선물을 판매하기 위하여 상점에서 11월부터 성탄 캐롤과 장식 등으로 성탄 절기를 앞당기는, 미국의 세속적이고 상업주의적인 전통이 우리 사회와 교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는 참회와 엄숙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대강절 계절의 진정한 의미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교회의 성탄절은 성탄절 자정으로 시작하여 그 후 2주간이다. 그러무로 교회에서 성탄절 축하 예배는 성탄절 기간에 있어야 한다. 만약 대강절 기간에 성탄의 메세지와 음악이 있게 되면 고난 주간에 미리 부활을 축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교회와 가정

교회력은 교회의 예배를 설정하는데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기독교인의 교회 생활과 가정 생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대강절은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하며 기다리는 기간으로,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수요 예배가 없는 외국 교회들은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대강절 기간 수요일에 말씀이 중심이 된 기도회를 갖는다. 이는 한국교회에서 갖는 사경회와 같은 것으로 절기와 관계된 말씀을 중심으로 한 모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랜 교회의 전통으로는 대강절에 '오 안티폰(the Great 'O' Antiphone of Advent)을 12월 17일에서 23일 저녁에 찬양 드리던 전통이 있다. 영국 교회에서는 9개의 성서 말씀과 응답의 찬양으로 구성된 구세주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말씀과 찬양'을 대강절과 성탄절기에 드리고 있다.

이 절기에 가정에서는 성탄 트리 장식이나 말구유 등을 만들어 집안을 장식하고 성탄절에 선물을 줄 상대를 정하고 기도하며 성탄절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탄절(Christmas)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이는 구원의 약속이 실현되기 시작하고 생명의 빛이 되는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심을 알리는 절기이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아기 예수의 단순한 영접이 아니고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영접하는 것'이라는 승화된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이 맞이하는 성탄절은 그리스도 앞에 감사와 기쁨을 드림으로 그리스도가 중심이 된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교회의 현실

많은 교회들이 마지막 대강절 주일에 성탄 축하 예배를 미리 드리고, 송구영신 예배는 12월 31일 자정에 드리나, 성탄 자정 에배를 드리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교회의 전통은 성탄일 자정에 음악이 중심이 된 성대한 예배를 드린다. 성탄 절기는 성탄절로부터 2주간으로써 그 기간은 성탄의 축제 기간이나 성탄일을 끝으로 성탄절을 마감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관습이다.

교회와 가정

성탄예배는 성탄 자정, 새벽, 아침 예배로 세번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탄 자정 예배는 음악으로 준비된 가장 성대한 예배로 그리스도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는 말씀과 찬양이 중심이 된다.

성탄 새벽 예배는 구세주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인류의 구원, 특히 가난한 사람, 멸시받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소식을 알리는 예배이며, 성탄절 아침 예배는 본격적 성탄 축하 예배로 그리스도의 영원한 탄생에 대한 선포가 바람직하다. 한편 성탄절 저녁에는 성탄 축하 행사로 교회에 축제 분위기를 돋아주는 행사가 있다.

성탄 후 2주간이나 망년회나 신년 하례 등 세상의 분위기로 들뜨기 쉬운 기간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이 기간이 성탄절기이기에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며 이들을 도와주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현현절(Epiphany/공현절, 주현절)

현현일은 전통적으로 1월 6일이다. 그러나 교회에 따라서는 1월 6일이 주일이 아닐 경우, 그 후 첫 주일을 현현절로 지키기도 한다. 현현절은 넓은 의미에서 성탄절의 연장으로 이 절기가 끝나면 사순절이 시작된다. 현현절 기간은 부활절이 언제 시작되느냐에 따라 그 기간이 길어지거나 줄어들 수 있는데, 이는 부활절이 음력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현현절은 그리스도가 이 세상의 하나님과 구세주로 계시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방의 세 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고 예물을 드린 것을 축하하는 계절이다. 현현절에 강조되어야 할 내용은 예배와 봉헌 그리고 선교에 관한것으로 이 모두가 동방 박사들과 관계가 있다.

한국 교회의 현실

한국 교회에서 현현절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의 중요한 절기로 인식되어 있지 않다. 그 예로 한국 교회에서 발행된 주요 찬송가에 절기 찬송(seasonal hymn)으로 현현절 찬송이 분류된 적이 없으며 현현절과 관계된 찬송 역시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현절은 부활절과 성령 대강절과 함께 초대 교회때부터 지켜오던 중요한 절기였으며 신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절기이다.

교회와 가정

현현절의 모든 주제는 동방박사와 관계가 있다. 현현절의 가장 대표적인 주제는 예배이다. 이는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렸기 때문이다. 또한 귀한 예물을 드렸으므로 이와 관련된 주제로 헌금과 헌신을 강조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새해를 맞아 교회에서 헌금을 작정하여 봉헌하거나, 새로이 임명된 제직이나 성가대, 교회 학교교사들의 임명이 있어 헌신에 대하여 강조할 수 있는 알맞은 기간이기도 하다.

현현절의 다른 주제는 선교와 전도이다. 교회는 이 절기에 교회의 부흥회나 선교프로그램을 갖는 것이 절기에 알맞은 행사라 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믿지 않는 가족이나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전도하기를 힘써야 하는 절기이다.

사순절(Lent/수난절)

속죄일(Ash Wednesday/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한 부활절 40일 간의 기간이다.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사순절 기간을 정한 이유는 주일이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의 마지막 주일은 고난 주간(Holy Week)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중에서 가장 절정이 되는 중요한 기간이다.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종려 주일(Palm Sunday)로부터 시작하여, 붙잡혀 고난 받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성 금요일(Good Friday)이 이 주간에 있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맞기 위하여 준비하는 40일 동안 회개와 영적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성서에서 40일이라는 기간은 큰 일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으로, 모세가 십계를 받기 위하여 시내산에서 40일간을 기다렸으며, 엘리야도 40일 간을 호렙산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 간 기도했으며, 부활하신지 40일 만에 승천하였다. 이렇게 성서에서 성스런 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40일을 사용한 데서 사순절 기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순절 기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생각하며 묵상하는 기간이며 회개를 통하여 영적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고난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을 뜻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사순절의 마지막 주일인 고난 주간은 종려주일 혹은 호산나 주일로 불리운다. 이 주간의 중요한 예배는 성 목요일(Maundy Thursday/세족 목요일)과 성 금요일(Good Friday)예배이다. 성 목요일은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함께 성 만찬을 한 날이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성찬이 중심이 된 예배를 드린다. 성 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고난과 죽음을 당한 날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정오에 예배를 드리고(전통을 중시하는 교회에서는 12시에서 3시까지 예배를 드림), 저녁에는 사순절이나 수난 주간에 계속하여 온 기도회를 마무리하는 예배를 드린다.

대강절이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절기인 것과 같이,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교회의 절기이다.

한국 교회의 현실

교회력 중에서 다른 절기에 비하여 비교적 잘 지켜지는 기간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기간 중에 예배의 주제가 고난의 의미와 동떨어진 경우가 흔히 있다. 수요 예배에서 많은 교회들이 성서 강해를 중심으로 한 예배를 드린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중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통한 영적 준비와 관계없는, 앞에서 해 오던 성서에 대한 강해를 계속하는데 이는 사순절기를 바르게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로 많은 수의 교회들이 봄과 가을에 걸쳐 부흥회 혹은 부흥성회라 하는 이름의 집회를 하는데, 봄에는 그 집회가 사순절 기간일 때가 대부분이다. 교회의 부흥회는 축제의 분위기로 감정적이고 격정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순절의 의미와 다르므로 집회보다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중심으로 한 말씀으 사경회가 더 바람직하다.

한국 교회에서는 사순절을 시작하는 속죄의 수요일은 거의 지켜지지 않으며 심지어 고난 주간의 성 목요일과 성 금요일도 교회에 따라 예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 금요일은 연중 계속되는 금요 철야 집회로 대신하는 교회도 있다.

교회와 가정

사순절 기간에는 교회에서 기쁨의 찬송인 알렐루야나 대 영광송(Gloria)을 부르지 않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며, 이를 대신하여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내용의 음악들이 찬양된다. 기독교인들은 단식, 금식을 통해 회개와 영적 성장의 기간으로 삼는다.

요즘 한국 교회에서 신정 연휴기간 중에 금식 기도회를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기간은 교회력에서 성탄절기로 기쁨의 절기이기 때문이다. 사순절 기간은 절제된 생활과 절식이나 금식을 통한 회개와 영적 성장에 가장 알맞은 절기이다.

교회는 고난 주간에 아침, 정오, 저녁 세번으로 나누어 기도회를 가지며, 성 목요일에는 성찬 의식이 중심이 된 예배를 드리고, 성 금요일 정오 예배는 그리스도의 십자기 위에서 하신 일곱 말씀을 중심으로 한 예배를, 저녁에는 고난 주간 기도호로 마무리하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간에 드리는 예배 중에 초대 교회때부터 드려오는 테네브레(Tenebrae: 어두움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관한 말씀과 찬양이 중심이 된 예배)나 수난 음악(Passion Music: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복음서를 중심으로 한 오라토리오 형식의 합창 음악)으로 예배드리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다. 한편 평신도의 영적 성장을 위한 사경회나 40일 기간에 맞추어 40일 기도회 등의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 사순절기에 알맞다.

가정에서는 결혼식과 같은 일은 이 기간 중에 금하고, 가족들이 금식하거나 단식하여 그 돈으로 교회에 헌금하며, 되도록 엄숙히 보내야 한다. 한편 가족들이 함께 생활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반성하며, 새 봄과 함께 부활하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하여 집안 정리와 청소를 하며 준비하는 일도 기독교인에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부활절(Easter)

부활절은 교호의 절기 중 가장 즐거운 축제일로 초대 교회 때부터 성대하고 뜻있게 지내오고 있다.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이 날은 그리스도가 부활하심으로 그의 죽음이 비극이 아니라 승리임을 보여주는 날이다. 그리스도의 승리는 모든 기독교인의 승리이기에 기쁨과 확신을 가지고 축하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가 참된 하나님이라는 증거이며, 이 사실이 신앙의 대상이고, 장차 신도들도 그리스도와 같이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부활절은 교회력의 모든 절기 중에서 가장 긴 7주간(50일)이며, 부활절 첫날로부터 40일 되는 날이 그리스도가 승천한 승천일로써 부활절 절기 후반에 위치한다.

부활절의 날짜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부활절이 음력으로 지켜지기 때문이다. 부활절은 춘분(3월 21일)이 지나고 보름달이 뜬 날(음력 보름) 다음에 맞이하는 주일이다. 그러므로 부활절은 3월 22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온다.

한국 교회의 현실

부활축제기간은 교회의 가장 긴 7주간이나 한국 교회에서는 부활절 한 주만을 지킨다. 그리스도가 주간의 첫날(안식일 다음날로 지금의 주일을 말한다)에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는 모든 주일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나 교회력에서는 부활절 7주간동안 보다 더 그 의미가 강조되어야 하며 축하되어야 한다.

승천일은 부활절로부터 40일 뒤인 부활절 6번째 주일과 7번째 주일 사이의 목요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교호에서는 승천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으며 다음 주일인 7번째 주일에 드리는 경우가 있으나 대체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승천은 그의 생에의 중요한 사건으로 꼭 기억되고 기념되어야 할 절기이다.

한국 교회는 부활절 기간에 그리스도의 생애와 관련없는 세속적 절기인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 청년 주일 등이 있어 그리스도의 부활을 연속적으로 축하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부활절 기간 중에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이 있는 경우에는 주일 아침 예배에서는 피하고 저녁 예배나 아침예배 후에 특별히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축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활절과 같은 기쁨의 절기에 한국 교회에서는 음악 예배라 하여 저녁에 음악회 형식의 축하행사를 하는데 때때로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 부활절 예배에서의 음악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관계된 음아이어야 한다. 그러나 고난 주간에 있어야 하는 수난음악이나 그리스도의 부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음악으로 축하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준비한 큰 규모의 합창 중 미사나 오라토리오와 같은 교회 음악 작품보다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내용으로 연결되어진 구체적인 말씀과 음악으로 구성된 예배가 더 바람직하다.

교회와 가정

부활절이 되면 사순절 기간에 부르지 못했던 알렐루야, 영광송(Gloria)같은 기쁨의 찬송,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찬양하는 찬송을 부르게 된다.

교회에서 부활절 새벽 예배는 빛 되신 그리스도의 상징인 촛불로 어둠을 밝히며 주님을 맞이하는 예배를 드리고, 아침 예배에서는 세례식을 행하는 것이 초대 교회때부터 이어 오던 전통이다.

가정에서는 부활절에 새 옷을 입는 전통이 초대 교회때부터 있었는데, 이는 부활의 기쁨을 연상케 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하며, 부활의 은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다 거룩한 생활의 외적 고백이며 영적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 교회에서 가장 일반화된 달걀은 봄이나 풍요를 상징하며 그리스도가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신 돌무덤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외의 부활절 상징으로 나비, 십자가와 면류관, 백합 등이 사용된다.

성령강림절(Pentecoast, 오순절)

성령강림절을 오순절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50일'이라는 뜻으로 부활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성령 강림절에 그리스도가 약속한 성령을 교회에 보냈다. 성령 강림은 방언(여러가지 말의 기적)으로 바벨탑 사건 이후 분열된 민족을 일치시키고 복음 선포의 의무와 구원의 보편성을 합법화한 사건이다.

성령 대강절은 그리스도의 생애가 중심이 된 교회력의 전반 축제기(그리스도의 기간)의 마지막 절기이며 부활절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현실

초대 교회에서 성령 강림절은 부활절 다음가는 중요한 교회의 절기였으며 현재도 교회력에서 중요한 절기로 지켜지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가 약속한 성령을 이 땅에 보내심으로 교회가 시작된 매우 중요한 절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교회에서 성령 강림절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활절에 이른 해에는 성령 강림절이 어린이 주일이나 어버이 주일 등과 겹치게 되어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교회와 가정

교회 학교나 가정에서 어린이들에게 성령의 열매(갈5:22-23)와 성령의 은사를 이 절기에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성령의 열매와 은사에 대한 그들을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성령에 대하여 쉽게 이해하고 친근감을 갖게 하여야 한다.

후반 축제기(교회의 기간)

성령강림절 다음 주일은 삼위일체 교리가 확립된 것을 축하하는 주일이며 성령 강림절은 부활의 사건이 암시되어 있기 때문에 성령 강림절 후의 주일들도 부활절과 관례되는 교회를 위한 때임을 말해준다. 이 기간은 주님의 성령이 교회를 인도하고 양육하고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게 하심을 기념하여야 한다.

이 기간에는 교회의 성장에 중점을 두며 그리스도의 생애가 중심이 된 전반 축제기에 비하여 엄격하지 않다. 교회의 후반 축제기의 마지막 주일은 왕 되신 그리스도의 주일로 대강절 바로 전 주에 위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