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124842867171_20090725.JPG 심재륜 전직 고검장이 검찰동우회 소식지 <검찰동우>에 ‘수사십결’(搜査十訣)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제목은 바둑을 둘 때 새겨야 할 10가지 교훈이라는 뜻의 ‘위기십결’에서 따온 것이다.[1]

내용

1.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마라.

검사(檢事)는 검(劍)을 다루는 직업이다. 수사를 하는 것을 상대방을 칼로 찌르는 것에 비 유한다. 범죄 혐의자는 수사로 인해 신체, 재산, 명예 등 전부를 잃게 된다. 공연히 칼을 비틀어 찌르거나, 찌른 칼을 비틀게 되면,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수사가 된다. 불필요한 반 복 소환, 가혹행위, 인격모독, 압박용 계좌추적, 회사신용 실추용 압수수색 등이 그 예이다.

2. 피의자를 굴복시키려 들지 마라, 승복시켜라.

흔히 검사와 범죄자 간에는 수사 이후 평생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피의자 자신도 자존 심과 체면, 명예가 있는 법이다. 검사는 모름지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피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한다. 형평에 맞는 정확한 수사결과라 면 어느 누가 승복하지 않겠는가. 입을 틀어막는 수사, 군림하려는 수사, 굴복을 강요하는 수사는 평생 누군가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 끈질긴 수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외통수 수사는 금물이다.

집념은 수사의 필수요소이긴 하지만, 무조건 집념이 강한 검사가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단시간에 사건을 끝장낼 수 있는 수사능력도, 예측력도 수사검사의 능력이고 책임이다. 장 마가 길면(수사가 장기화되면) 폭풍우가 몰아치고 천둥번개 등 온갖 것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 당연히 상대방도 대오를 정비해 집단적 저항을 한다. 그 책임은 수사 검사의 수사능력에 관한 몫이다.

4. 상사를 결코 적으로 만들지 마라.

직무상 상사는 사건수사에서 종적인 동반자이며 자기편이다. 결코 외압을 행사하는 사람이 나 방해자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상사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오히려 수사 실패를 막아 주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를 믿지 못해 사전에 정확한 보고를 게을리 하거 나 적절한 지침을 받지 못해, 그 상사가 외부에서 수사에 대해 다른 얘기를 듣고 왔다면 그 수사는 처음부터 실패한 것이다.

5. 수사의 곁가지를 치지 마라.

검사는 동일 유형의 모든 사건을 다 수사할 수 없다. 검사 한 사람은 사회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사건, 사회제도나 범죄정책을 바꾸는 대표적 사례 1~2건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 수사는 어느 시기에는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 무작정 장기화되거나 방치되면 부작용을 낳 게 된다. ‘곁가지 수사’ ‘가지치기 수사’는 입건 수사할 수도 있고 아니할 수도 있어서 그만 큼 비리와 야합하기 쉽다. 수사는 뒷마무리도 잘해야 한다. 병법에도 퇴각 시(時) 지혜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6. 독이 든 범죄정보는 피하라.

경쟁관계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피해라. 수사의 반사적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항 상 따져 본 후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흔히 수사기관을 이용,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부당한 폭리를 취하게 되는 범죄정보가 그럴듯한 범죄정보로 위장돼 흘러 들어오는 수가 있다. 수 사에 목말라 있을 때 이런 정보를 덥석 무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사냥개는 독이 든 고기 는 결코 물지 않는 법이다. 독이 든 정보인지를 판별하는 능력은 수사검사가 갖추어야 할 필수능력이다.

7. 실패하는 수사는 하지 마라.

심증이나 의심이 가는 사건이라도, 증거가 인멸되거나 더 이상 증거를 잡을 수 없다고 판 단 된 경우는 수사에 나서지 마라. 수사 사실이 공개되면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에 뛰어든 셈이 된다. 수사의 실패는 검사 본인은 물론 검찰청의 수사력 부재라는 욕을 얻어먹기 쉽 다. 봐주기 수사니 외압 때문에 수사중단을 했다느니 온갖 의혹과 억울한 누명도 쓰게 된 다. 이순신 장군은 왕명(王命)을 어기면서도 ‘지는 전쟁’은 하지 않았다.

8. 수사는 종합예술이다, 절차탁마하라.

살아있는 수사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수사는 지식과 기술이 총동원되는 예술과 같다. 수 사의 크기, 규모, 방법, 수사단서의 진실성, 수사기간, 용의자의 상호연락 차단방법, 동시 검거 여부, 수사·연행시기, 공휴일·휴가철 시기조절 등이 사전각본(수사계획서)에서 치밀히 준비돼야 한다. 수사 대상자의 배후, 조종세력의 사전 파악, 돌출변수까지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이런 준비도 없이 무조건 피의자를 불러 수사하는 검사가 의외로 많다. 바둑으로 치 면 하수(下手)다.

9. 언론은 불가 근 불가 원이다.

언론을 지나치게 가까이하는 수사검사는 매명(賣名)검사의 오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 을 적으로 돌리는 검사는 매우 위험하고 미련하다. 언론은 호락호락 이용당하는 존재가 아 니다. 특정 기자에게 밑밥을 던져주고 재미 보는 수사검사가 있다면 다른 언론의 표적이 되어 두 배 앙갚음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성공하는 수사는 신뢰받는 언론관계에도 있음 을 명심하라.

10. 칼에는 눈이 없다.

수사가 성공하는 순간 거기에 당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의 원한은 산이 높을수록 높고 그 골이 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사검사치고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는 사람은 드물다. 중도하차가 많은 이유를 생각하라. 칼에는 눈이 없어 그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칼을 쥐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찔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동귀어진(同歸於盡·파멸의 길로 함께 들어감)하겠다고 덤비는 수사 상대방도 있다. 이는 업보(業報)다. 업보가 얼마나 깊고 두려운 것인지 아는가. 저승까지 따라감을 알아야 한다.[2]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