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마리 개와 같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성인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몰랐고,

공자를 존중했지만 공자에게 무슨 존중할 만한 것이 있는지 몰랐다.

속담에 이른바 난장이가 굿거리를 구경하는 것과 같아,

남들이 좋다고 소리치면 그저 따라서 좋다고 소리치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까지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대자 나도 따라 짖어댄 것이다.

왜 그렇게 짖어댔는지 그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탁오, 속분서中 聖敎小引, 3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