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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비나리
최근 수정 : 2019년 8월 10일 (토) 19:01

간단한 개요

이 작품은 백기완의 시집 <젊은 날>(도서출판 민족통일, 2판, 1990)에 실려 있으며,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재판본 <젊은 날>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시는 그 중 1부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수록되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서, 오랜 시간 저자명도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고 하는 표제작 <젊은 날> 바로 뒤에 실렸다.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이 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모시(母詩)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황석영이 이 작품의 주요 부분을 발췌, 재가공하여 노랫말을 쓴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시집에 상재된 형태의 원문을 그대로 싣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기서는 원문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그대로 살려 게재한 뒤, 시집의 출간 등과 관련한 주요 서지 정보 몇몇 주요 어휘와 의미를 설명하고자 한다. 원문을 단순 게재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해설'과 '해석'을 위한 인용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확대 해석을 피하고 감상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시어의 해석은 1차적(사전적, 축자적) 해석을 기본으로 할 예정이다.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원문

<묏비나리> 도입부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에 언땅을 들어 올리고

또 한발띠기에 강바닥을 들어 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 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 한 몸만

맴돌자함이 아닐세 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려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오면

또 한 품으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힐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있고

마주재비도 못타보고 썩은 멍석에 말려

산고랑 아무데나 내다 버려지려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거라

팔다리는 들개가 뜯어가고

배알은 여우가 뜯어가고

나머지 살점은 말똥가리가 뜯어가고

뎅그렁, 원한만 남는 해골바가지


그리되면 띠루띠루 구성진 달구질소리도

자네를 떠난다네

눈보라만 거세게 세상의 사기꾼

정치꾼은 모두가 자네를 떠난다네


다만 새벽녘 깡추위에 견디다 못한

참나무 얼어 터지는 소리

쩡, 쩡, 그대 등데기 가르는 소리 있어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치는

주인놈의 모진 매질소리라


천추에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자들의 모진 채쭉소리라

그 소리 장단에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자네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일어나라는 게 아닐세 그려

얼은 땅, 돌뿌리를 움켜쥐고 꿈틀대다

끝내 놈들의 채쭉은 나꿔채

그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빼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그렇지

사뭇 시뻘건 그놈으로 달아올라


벗이여

민중의 뱃짱에 불을 질러라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꿩쇠는 갈라쳐 판을 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을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 왕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리리니


황석영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로 발췌하여 다듬은 부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노래 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모라쳐

오라를 뿌리치면

다시 엉치를 짓모고 그것도 안되면

다시 손톱을 빼고 그것도 안되면

그곳까지 언무를 쑤셔넣고

이런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놈의 짓인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 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자들의 짓이라


그 싸나운 발톱에 날개가 찢긴

매와 같은 춤꾼이여


이때 가파른 벼랑에서 붙들었던 풀포기는 놓아야 한다네

빌붙어 목숨에 연연했던 노예의 몸짓

허튼춤이지, 몸짓만 있고

춤이 없었던 몸부림이지

춤은 있으되 대가 없는 풀죽은 살풀이지

그 모든 헛된 꿈을 어르는 찬사

한갓된 신명의 너울은 여보게 그대 몸에

한오라기도 챙기질 말아야 한다네


다만 저 거덜난 잿더미속

자네의 맨 밑두리엔

우주의 깊이보다

더 위대한 노여움

꺼질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이 있을지니


바로 그 불꽃으로 하여 자기를 지피시라

그리하면 해진 버선 팅팅 부르튼 발끝에는

어느덧 민중의 넋이

유격병처럼 파고들어

뿌러졌던 허리춤에도 어느덧

민중의 피가 도둑처럼 기어들고

어깨짓은 버들가지 물이 오르듯

민중의 생기가 신바람이 일어

나간이 몸짓이지 그렇지 곧은목지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 난다는 눈짓 말일세

그렇지

싸우는 현장의 장단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한 춤꾼은 비로소 구비치는 자기춤을 얻나니


벗이여

저 비록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껴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 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 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졌어도 이기고 있는 노동자의 아우성

오, 우리굿의 절정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몸으로 디리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폐허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위에

희대의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러진다 해도

언땅을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띠기에 일생을 걸어라


80년 12월

시집 <젊은 날>의 출판 과정

<묏비나리>는 시집 <젊은 날>의 초판에는 없다. 많은 자료들에서 <젊은 날>에 상재된 것으로만 설명하고 있으나, 사실 이 시는 재판(再版)하면서 실린 것이다. 초판 간행은 1982년이며, 이 시가 실린 재판은 1990년에 나왔다. 초판 <젊은 날>은 '화다(禾多)출판사'에서 비매품으로 낸 것이고, 재판본은 명륜동에 위치한 '도서출판 민족통일'에서 나왔다.

그러나 시 자체로는 원문에 나와 있듯 1980년 12월에 지어진 것이다. 시집에 상재되기 전에도 여러 가지 경로로 유통되었기 때문에, 황석영이 일부를 발췌하고 다듬어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로 쓸 수 있었다.

이 시집을 다시 엮어 출판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재판본의 머릿말에서 백기완이 스스로 밝히고 있는데, <젊은 날>은 자신의 세 번째 시집으로 소개하고 있다. 머릿말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 시가 출판되어 세상에 안전하게 알려지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추리가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1982년에 "정작 <젊은 날>에 실렸어야 할 시편들은 몰래 빼서 숨겨두고 그 당시 실려도 될 만한 것들만 골라서 그나마 구절구절마다 말을 바꿔가지고 비공개 비매품으로 꾸몄었는데 이번에는 그 숨겨두었던 것을 실어 살리고,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시집의 초판과 관련한 맥락에 대하여, 백기완은 초판의 간행을 도운 이들과의 인연이라든가 감사함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그 시절을 그는 "박정희가 죽던 해 겨울, 전두환이 사령관으로 있던 보안사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감옥으로 처넣어져 다 죽게 되었던 80년 초여름"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그가 옥살이를 했던 이유는 1979년 11월 24일에 벌어진 소위 "YWCA 위장 결혼식 사건"으로 인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고문의 후유증이 심해서 이듬해 경기도 덕소의 작은 집을 소개 받아 요양을 하던 중에, 충북대학교 불문과 교수였던 전채린이 자신이 이끄는 '황토'라는 굿패, 황시백 등과 함께 병문안을 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전채린 등이 치료비라며 50만 원을 내놓으며, 그 돈을 치료비로 쓰지는 말고 시집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그가 백기완에게 "감옥에서 틈틈이 입으로 외어두었던 시가 몇 편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 돈으로 비매품 시집을 몰래 꾸며서 아는 사람들한테 갖다주고 치료비를 보태달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이를 계기로 하여 첫 시집이 나왔다는 경위가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초판본을 낸 '화다출판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호의였다고는 하나, 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부분에서 보이는 상당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출판물인 이상, 출판사명에도 어떤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확실치는 않다.

한편, <묏비나리>를 재판본에 실으면서 그는 "맨처음 비매품으로 나왔던 <젊은 날>에는 실릴 수가 없었으며 그렇다고 툭하면 집을 뒤지니 집에다 둘 수도 없어서 병원 담당의사한테 몰래 맡겨 두었던 것을 이번에 용케 잊지 않고 찾아내 실었고 또 바꿔쳤던 글귀들도 바로잡았음을 일러둔다"고 밝혔다.

재판본의 "편집 후기"에서는, "초판 출간 당시의 사정 때문에 실리지 못하였거나 삭제되었던 구절을 되살렸고 그를 살렸던 벗들, 동지들, 저자도 잊었던 이 시들을 소중히 보관하셨던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어 백기완의 머릿말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후기 마지막 부분에는 재판본을 내면서 초판에서 빠진 시와 더해진 시편을 소개하고 있어 간단한 서지 작업에 도움이 된다.

현재 초판본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으나,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약을 맺은 도서관의 전용 PC에서만 열람과 일부 출력이 가능한 상태이다. 다만 "노동자의 책[1]"이라는 정치색 짙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초판본의 목차 정도는 확인 가능하다. 여기서는 초판본의 발행년도를 '1984년'이라고 하지만, 재판본에서 백기완 본인이 밝힌 바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지 정보와 확실하게 대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원문의 PDF 파일을 제공하고 있으나, 해당 기관의 후원자로서 후원금을 내야 내려받을 수 있는 상태이다.

이 시가 실린 재판본 역시 구득하기가 다소 어려운 실정이며, 주요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소장 도서관의 목록을 확인하여 도서관 협약 서비스(상호대차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다.


"묏비나리"의 뜻

백기완은 시어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만든 순우리말 어휘를 자주 사용한다. 최근에 나온 그의 산문집에는 부록으로 어휘 설명이 따로 되어 있을 정도이다. 가령 '병원'을 '고칠데'로, '지구'는 '땅별', '자연'은 '누룸'이라고 하는 식이다. 어휘집이나 부록이 없으면 문장 해석이 거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가 구사하는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의 합성어들이 원래의 맥락을 그대로 잘 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같은 어휘라 하더라도 객관적 설명과 2차적인 해석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뒤에 간단히 설명할 '맘판'을 '판의 최고 형태'[2]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단적인 예이다.
'묏비나리'의 의미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래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시인으로서의 백기완이 어떠한 정신적 지평과 시적 세계관 위에 서 있는지가 해석 가능하다.


'뫼'는 '산'의 의미로 많이 알려져 있고 또 같은 의미의 접두사로서 '메-'와 같이 사용된다. '멧돼지'의 방언이 '묏돼지'인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어휘는 '무덤'의 의미도 있다. 지금도 '묏자리'와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지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시를 지배하는 심상(image)이 '죽음'과 '장례'이기 때문이다. 시의 내적 구조 자체를 들여다 보면, 시인이 이 두 가지 의미를 이미 잘 알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나리

'비나리'의 경우는 더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상당히 많은 인터넷 자료에서는 이 시어에 대하여 낭만적 해석을 마치 객관적인 사전상의 의미인 듯 설명하고 있지만 따져보아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이 어휘는 민속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 자체가 민속학적 관점을 요구하고 이기 때문이다.
'비나리'는 '빌다', '기도', '축원' 등의 의미를 기본적으로 안고 있다. 많은 인터넷 자료에서는 남을 위해 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행위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용되는 현실적인 맥락은 '굿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나는 전통 시대 한 마을에 중요한 일이 이을 때 패를 지어 집집마다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재주를 부리면서 돈을 모으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마을굿을 할 때 무당이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며 굿을 할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다. 절에서도 '절비나리'라고 하여 스님이 이런 일을 할 때가 있다. 이런 일을 '걸립(乞粒)'이라고 하며, 비슷한 말로 널리 알려진 어휘가 바로 '계면'이다. '비나리'는 '걸립신'이 하는 일이며, 또 걸립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걸립신은 무속에서는 하위의 신으로, 굿판에서 뒷전에 물러나 있는 신이기도 하다. 때로는 무당들의 성조로 모셔지기도 하나, 기본적으로는 가장 낮은 위치의 신이다.[3]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제목 자체가 이 시의 구조 및 지배적 이미지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시적 화자 역시 전문적인 민속학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기본적이며 실제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는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하다.
즉 이 시의 '춤꾼'은 '굿판'의 춤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의미 역시 시의 후반부 29~30연에서야 비로소 명확해질 뿐이다. '춤'의 의미가 예술적 완성이나 자기 성찰의 표현적 도구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집단적이며 선동적인 굿판 위에서 벌어지는 행위임을 전제한 상태에서 그 목적을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소제목의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라는 일종의 '초대장'과 같은 시적 진술 역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게'라는 표현 자체가 의미상 어떤 행위를 권유하는 의미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백기완 본인이 '남한 / 북한'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남쪽 / 북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는 바[4]를 비추어 보면 이 시 전체의 구도가 상당히 집단적이며 선정적이고 선동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요 시어들의 의미

앞서 설명했듯, 백기완은 사전에도 없는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의 합성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 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라, 합성어의 경우 형태소 단위로 나눈 뒤 시 전체의 맥락을 고려하여 풀이하고자 하였다. 시적 상황 자체가 '굿판'이기 때문에 민속학적 자료와 지식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긋나는 표현의 경우에는, 대부분 구술적으로 전승되는 전통 놀이나 연희에 사용되는 어휘가 대개 그렇듯 고정적이거나 규범적인 표기 또는 표현이 따로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굿판이라는 맥락과 구술적 전통을 우선시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 1연

한발띠기 전체적인 맥락이 굿판 또는 굿을 하는 행위임을 강하게 드러내는 어휘이다. 춤사위의 일종으로, 탈춤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보통 '한발떼기'나 '한발뛰기' 정도로도 표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탈춤에서 '범부춤'과 같은 데서 고갯짓(고개놀림)이라든가 어깨춤과 함께 실행되는 몸짓이므로 쉽게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 다만 1연의 도입부에 '맨 첫발'이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한 발을 힘껏 내딛는, 연희의 시작을 알리는 도약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 2연

틀거리 '틀거지'를 표준어로 인정하는데, 그 의미는 '곧고 위엄있는 겉모습'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살인마가 위엄을 갖출 수는 없으므로, 범접하기 어렵거나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형상 정도의 뜻으로 보면 될 듯. 너무 나서서 중의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 5연

5연에서 사용되는 시어의 의미와 그 배치를 보면, 이 춤판이 바로 '죽음의 굿판'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목의 일부인 '묏'의 중의성이 여기서부터 그 정체를 드러낸다.
오라 죄인을 묶는 굵은 줄을 말한다.
마주재비 이 어휘는 상여를 뜻한다.

  • 7연

달구질소리 '달구'는 집터나 땅을 단단히 다지는 기구를 말한다. '달구질소리'는 죽은 이를 매장하여 흙이나 회를 덮어 단단히 다질 때 하는 가락을 말한다. 5연에서부터 시작된 죽음의 굿판이라는 이미지가 점차 청각적으로도 심화된다.

  • 28연

맘판 굿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위인데, 백기완은 이를 '마음껏 노는 판' 정도로 간단히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인터넷 자료에서 '굿의 절정'이라는 해설을 넘어서 '민중의 해방'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해석을 인정한다고 해도, 전체 시의 맥락으로 보면 굿판 자체가 절정에 치닫는 일종의 엑스터시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보면 된다. 바로 다음 연의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 짜릿한 교감'이라는 진술로 이러한 맥락이 뒷받침된다.

참고: '굿' 또는 '굿판'에 대한 백기완의 해설

다음의 인용문은 참고할 만하다. 굿판에 대한 학술적 해석이라기보다는,'굿' 자체를 특정한 세계관의 실체적 구현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객관적 해석이라고 보기 힘든 이러한 해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굿'에 대한 사전용 정의는 '굿'을 지극히 사적이고 종교적이며 민중의 참여가 배제된 타율적 영역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사용하는 '굿났다.', '굿벌인다.'는 말의 의미에서 볼수 있듯이 '굿'이라는 말에는 대중적이고 능동적이며 삶과 연결된 생활적 부분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굿이란 무엇인가. 굿이란 원래 똑같이 아픔을 당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모여서는, 논의 끝에 아픔을 강요하는 압제에 대한 공통의 쟁점을 확인·집약하고, 그것을 쟁취할 알기(주체)를 바로 세우며, 마침내는 행동하고 실천하는 온 과정을 굿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소박하게 이야기하면, 굿이란 민중이 주도하는 민주적인 모임이었으며, 다시 이야기하면 반(反)봉건 혁명의 세계, 그 염원을 창조하는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민중의 염원의 세계를 실제적인 사회구성체의 문제로 환원시켜 생각했을 때에 뚜렷이 부각시킬 모형이 애매했던 것은, 그 당시의 반봉건 운동의 한계,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요인으로 보아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굿으로 모인 굿하는 사람들은, 그네들 굿의 최종목표, 그 염원의 세계를 극적으로 재창조하며, 갖은 풍물과 재비들을 앞세우고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가 굿쟁이가 되어 한바탕 밟아 대고 제치고 휘저었던 것이다.

―백기완,『민족과 굿』 중에서
  1. 다음의 페이지를 참고할 것: http://www.laborsbook.org/book.php?uid=84&no=2309
  2.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925
  3.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다음 설명을 참고할 만하다. 이 설명이 아니더라도, '계면굿'이나 '걸립신'은 무속 및 민속 연구에서 기본 상식이다. http://folkency.nfm.go.kr/kr/topic/detail/1715
  4. 다음 기사를 참고하면 좋다. 본인이 대중 강연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고, 그의 수많은 기고문이라든가 인터뷰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을 전제로 한 '남쪽', '남측, '남녘'과 같은 표현들이 사용된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0288046#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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