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음이의.png 다른 뜻에 대해서는 1984 문서를 참조하세요.
조지 오웰의 1984

개요

《1984년》(영어: Nineteen Eighty-Four)은 1949년 출판된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1984년을 전체주의가 극도화된 사회로 상정하고 쓴 미래 소설인 작품 속에서 세계는 거대한 초국가들로 분화되어 있고 이들은 영구적인 전쟁 상태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영국으로 소설 속에선 "제1공대"(第一空帶, Airstrip One)로 불리며 오세아니아에 포함되어 있다. 오세아니아는 전체주의 정치 이데올로기인 영사(英社, Ingsoc)의 지배를 받으며 최고위 지배자는 대형(大兄, Big Brother)이다. 소설 속 국가는 기록을 조작하고,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언어와 사고를 통제하여 영구적인 집권을 기획한다. 소설은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록조작을 담당하던 주인공이 전체주의와 갈등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국민에 대한 통제와 초권력을 풍자하며, 같은 작가가 쓴 <동물농장>과 더불어 국가가 개인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다. 같은 영국의 소설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러시아의 소설가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친의 <우리들>과 더불어 20세기 3대 SF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린다.

《1984년》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과 더불어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며, 이후 많은 예술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소설의 영향으로 사회나 국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체주의, 권위주의와 같은 비민주적 정치체제에 반기를 드는 사람을 오웰족(Orwellian)이라고 부른는 경우도 있다. 1989년 집계 당시 《1984년》은 6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는 조사 당시 다른 어떤 영국 소설 보다 많은 숫자이다.

작가인 조지 오웰이 결국 반공주의자든 혹은 사회주의자든,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요 핵심은 전체주의의 민낯이다. 특히 외부로의 전쟁에 열중하는 극우 전체주의와는 다르게 내부감시나 내부숙청에 열을 올리는 공산 전체주의의 특성이 작품에 잘 묘사되고 있는데, 소련은 해체 되었지만 왜곡된 공산전체주의의 모습으로 진화한 북한에 대한 묘사로 봐도 맥락이 들어 맞는다.

작품의 제목인 1984는 작가가 작품을 탈고한 1948년의 뒷자리 년도를 뒤집은 것이다.

영어원서 보기(구텐베르크 프로젝트)


저술 배경

조지 오웰은 1943년 12월에 있었던 테헤란 회담의 경과를 보면서 세계가 초강대국과 그들의 영향권으로 재편되는 것을 직감했다. 로저 센하우스는 1948년 조지 오웰이 보낸 편지를 통해 그가 이 장면을 "잊히지 않을 소설의 핵심에 각인"하였다고 회상하였다. 조지 오웰은 1947년에서 1948년 사이 스코틀랜드의 주라 섬에서 소설을 집필하였고, 마지막 원고는 1948년 12월 4일에 출판사로 송고되었다. 당시 오웰은 아내를 잃고 주라 섬에서 폐결핵으로 요양중인 가운데 집필에 몰두하였다. 세커 앤드 와버그 출판사는 1949년 6월 8일 《1984년》의 초판을 출판하였다.

러시아의 작가 자먀찐의 1921년 작품 《우리들》은 《1984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들》은 학문과 종교, 예술이 도그마가 될 때 개개인의 사유가 제약당하는 "사고의 엔트로피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1946년 오웰은 《우리들》의 프랑스어 번역서를 읽고 짧은 서평을 남겼다.

오웰은 《동물 농장》처럼 이 소설의 배경 역시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서 차용했다. 빅 브라더는 스탈린이고 임마누엘 골드슈타인(Goldstein)은 트로츠키를 묘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아나키스트였던 조지 오웰이 특별히 공산주의만을 반대한 것은 아니며 나치, 파시즘과 함께 전체주의 전체를 비판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내전 당시 참전 경험에서 코민테른의 공산주의자들의 교조적 행동이 오히려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적이란 것을 발견하고 《카탈로니아 찬가》를 저술한 바 있다. 오웰은 자신이 겪었던 참호전, 식량배급에 대한 경험과 스탈린의 강제노동수용소, 미국의 핵폭탄 투하 등을 보면서 냉전 세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책에 담았다.


세계관

초국가 사이의 영원한 전쟁

소설 속에 등장하는 1984년의 세계는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유라시아의 세 개의 초국가로 나뉘어 있다. 이 세 국가는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때에 따라 서로 동맹을 맺기도 하고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완벽히 승리하거나 패배할 생각은 없으며, 그저 전쟁 자체를 국가의 통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소설 속에서 임마누엘 골드스타인이 지은 것으로 등장하는 가상의 책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에서는 《1984년》의 세계관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소련이 유럽을 병합하여 유라시아가 되고 미국이 영국을 병합하여 오세아니아가 된 뒤 동아시아는 10년간의 복잡한 내전 끝에 등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초국가는 유라시아의 광대한 토지, 오세아니아의 대서양과 태평양을 근거로한 이점, 동아시아의 다산과 근면성과 같은 이유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굴복시킬 수 없는 평형상태에 있어 끊임없는 전쟁을 계속한다. 오세아니아는 1950년대 이전 어느 시점에 혁명이 일어나 영사를 지배 이념으로 하는 일당 독재가 시작되었다. 유라시아는 신볼세비즘을 지배 이념으로 하고, 동아시아는 죽음 숭배를 지배 이념으로 하지만, 세 초국가들은 내세우는 이념의 차이와 달리 너나 할것 없이 극단적 전체주의 국가이다. 이들의 전쟁은 오히려 자원의 독점, 노동의 소비, 내부 통제 이데올로기의 지속과 같은 것에 목적이 있다. 이러한 초국가간의 전쟁은 결국 국가의 지속을 위해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하는 적대적 공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을 통해 냉전을 예견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세아니아의 사회구조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의 제1공대에 속한 런던에 거주하는 외부 당원이다. 오세아니아는 영사의 일당 독재 체제로 실체가 모호한 빅브라더(大兄, Big Brother)가 최고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다. 오세아니아의 사회 구조는 2%의 내부 당원(Inner Party)과 13%가량의 외부 당원(Outer Party), 그리고 85%의 무산층(Proles, 프롤레타리아를 줄여 만든 신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계급에 따른 대우 또한 다르다. 내부 당원은 국가의 관료로서 각종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외부 당원은 하위 공무원으로서 각종 실무를 담당한다. 무산층은 각종 노동에 종사한다. 내부 당원에게는 보다 고급스런 배급품이 지급되나 그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다. 외부 당원은 늘 배급품 부족에 시달리고 질낮은 음식을 배급받는다. 무산층은 자유 시장을 통해 생필품을 거래하고 배급은 없다. 영사는 당원은 철두 철미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무산층은 빈곤과 무지에 시달리게 함으로써 지배력을 유지한다.

당의 공공기관은 런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로 높이 300미터의 거대한 빌딩이다. 당의 부서로는 보도·연예·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신어로 진부),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부(Ministry of Peace)(신어로 평부), 법과 질서를 유지하며 사상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를 관리하는 애정부(Ministry of Love)(신어로 애부), 경제문제를 책임지는 풍부부(Ministry of Plenty)(신어로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진리성 산하의 기록관리국에서 근무한다. 부서의 명칭은 영사의 이데올로기인 이중사고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실재 하는 업무는 부서의 명칭과는 정반대이다. 진리성은 모든 사실을 날조 조작하고 그 산하의 기록관리국은 끊임 없이 과거의 언론 보도 내용을 조작한다. 평화성이 실재로 하는 일은 전쟁이며, 애정부가 하는 일은 근거 없는 감금과 고문, 살인이다. 풍요성은 끊임없이 조작된 경제 통계를 발표하며 성장률을 자랑하지만 실재 경제사정은 나날이 나빠져간다.


영사

영사(Ingsoc, 영국 사회주의 - English socialism 의 신어)는 오세아니아의 절대 권력이자 이데올로기로 대형을 정점으로 하는 전체주의 체제이다. 영사는 이중사고를 통해 당원과 국가를 통제한다. 영사의 이중사고는 슬로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 그것이다. 대립적인 개념을 하나의 상황 속에서 동시에 사고하게 만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판단을 무력화시킨다. 소설 속의 당에 대한 저항 이론가 골드슈타인은 당의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전쟁 없이는 당의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자 그대로 진의(眞意)라고 지적한다.

당의 정책은 시시 때때로 변하며 경제 예측은 늘 빗나가고 적국 역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라시아에서 동아시아로, 다시 동아시아에서 유라시아로 바뀐다. 그러나, 영사의 이데올로기에서 당은 오류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바뀌어야 할 것은 당의 정책이 아니라 과거의 기록이 된다. 당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강령으로 이러한 정책을 정당화한다. 한편, 당원들은 이중사고에 세뇌되어 당의 이러한 행동을 적극 옹호하거나 최소한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조지 오웰의 이러한 통찰은 기록물이 갖는 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마치 잔 다르크에 대한 역사는 되풀이하여 씌여지며 마녀에서 성녀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잔 다르크의 역사는 과거의 진실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뮬라시옹이 되어 버리고 만다.

영사는 사회 구성원의 끊임 없는 상호 감시와 고발을 의무화하고 당 스스로도 당원 개개인을 감시한다. 또한, 성욕이나 개인적 욕망을 극도로 절제하도록 강요하여 전체주의적인 통치를 강화한다. 영사는 사람들의 사고 폭을 좁히고 단순화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인 신어(Newspeak)를 고안한다. 신어는 기존의 영어인 구어(Oldspeak)에서 어휘를 줄이고 뜻을 단순화하여 당에 대해 불순한 사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이 신어의 사용을 보급하는 가장 큰 목적은 사고의 단순화이다. 단어의 의미를 제한하여 사고의 폭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이 부록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이 free에 더 이상 자유라는 개념이 포함되지 않으며 단순히 없다는 뜻만이 남게 된다면, 그 사용 역시 "The dog is free from lice"(그 개는 이가 없다)와 같은 때에만 쓰이게 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신어 사전을 편찬하는 외부 당원은 자유라는 말에 자유의 의미가 없어지면 "자유는 예속"이라는 당의 슬로건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그가 곧 "증발"할 것이라고 예감한다.

"증발"은 영사의 공식적인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이지만 늘 일어나는 일이다. 특정인이 영사의 지침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사상 경찰(思想警察, Thought Police)이 체포하며 그 뒤로는 어떻게 되는 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결국 죽임을 당한 것으로 예측된다. 당국은 이렇게 죽은 사람을 "무인"(無人, unperson)이라고 칭하고, 기록관리국은 무인의 모든 기록을 말살한다. 말 그대로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등장인물

  1. 윈스턴 스미스 - 주인공. 진리성 기록관리국에서 근무하는 외부당원이다.
  2. 줄리아 - 주인공의 연인. 진리성 소설창작국에서 근무하는 외부당원이다. 소설창작국은 만화경과 같은 기계를 돌려 싸구려 통속소설을 자동생산한다.
  3. 오브라이언 - 진리성의 내부당원으로 주인공에게 반체제단체를 소개한다.
  4. 빅 브라더 - 실재하는지 만들어낸 허상인지 조차 모호한 오세아니아의 최고지도자.
  5. 임마누엘 골드스타인 - 영사를 반대하는 반체제인물로 영사의 공식적인 배신자이자 주적이지만, 이 역시 실재하는 지 만들어낸 허상인지 조차 모호하다. 소설의 묘사에 따르면 레프 트로츠키와 모습이 흡사하다고 한다.

조지 오웰의 언어관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의 참전 경험을 담은 르포 《카탈루냐 찬가》를 쓴 저널리스트였고, 파리의 부랑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어휘를 취록하기도 하였다. 조지 오웰의 작품이 사변적이거나 구태의연하지 않은 것은 그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조지 오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BBC에서 근무한 바 있다. 그가 근무했던 BBC의 방 번호 101호는 《1984년》에서 주인공이 처형을 당하는 방의 번호로 등장한다. BBC 근무 경험과 스페인내전에 대한 르포 출판, 파리의 부랑자들과의 생활 등을 통해 언론과 언어에 대한 자신만의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조지 오웰은 특히나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좋아하였으며, 스위프트의 감정, 통찰력, 언어 절약 등에 공감을 표했다.

전작 《동물농장》에서 조지 오웰은 스퀼러가 일곱 계명을 조금씩 바꿔나가며 조작하는 대목을 넣었다. 부패한 권력이 우매한 대중을 언어 조작을 통해 지배하는 것은 조지 오웰의 오랜 관심사였다. 조지 오웰은 1946년 《호라이즌》에 〈정치와 영어〉라는 에세이를 발표하여 "사람이란 스스로 실패작이라 여겨 술을 마신다. 그리고 술때문에 더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어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사고 때문에 언어가 꼴사납고 흐리멍텅해진다. 그리고 언어가 단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고를 하기가 더 쉬워진다."라고 썼다. 《1984년》에서 조지 오웰은 신어 체계를 도입하여 언어와 사고, 정치 선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더욱 발전시켰다. 《1984년》 속 진리성의 주요 과업은 신어 사전 11판의 제작이었으며, 이 사전이 나오게 되면 더 이상 구어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

신어에는 두 가지 문법적 규칙이 있다. 첫 번째는 어휘의 수를 줄이는 것으로 '춥다(cold)'의 반대인 '덥다(hot)'를 '안(un)'을 붙여 '안춥다(uncold)'로 한다든지, 훌륭하다를 '더(plus)'를 붙여 '더좋다.(plus good)', '더더좋다.(double plus good)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명사 '칼'로 '자르다'를 대신하며, 모든 '명/동사'의 파생어가 변형을 할 때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규칙 또한 포함된다. 두 번째는 어휘의 길이를 줄이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영국 사회주의(England Socialism)를 '영사'(INGSOC)로 부른다든지, 선사(善思, goodthink), 앞에서 말한 네 성을 각각 '평성', '애성', '풍성', '진성'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유는 '영국 사회주의'라는 것보다 '영사'라는 표현이 더 사고의 폭을 줄이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신어에 대한 통찰은 당시 이미 사용되고 있던 각종 축약어, 이를 테면 나치, 코민테른, 인프레코르와 같은 언어에 대한 경고이다. 그는 부록 〈신어의 원리〉에서 국제 공산당(International Communist Party)는 마르크스, 파리 코뮌, 인터네셔널과 같은 공산주의 운동의 흐름이 떠오르지만 코민테른(Comintern, Communist International)이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것은 엄격히 짜여진 단체, 명백히 정의된 강령체만이 떠오를 뿐이라고 일갈하였다.


영향

현실, 타 작품 으로 부터 받은 영향

<1984> 또한 그 이전인 디스토피아 소설인 멋진 신세계, 우리들, 강철군화 등의 영향을 받았다. 강철군화의 경우에 키, 목소리, 얼굴 생김새 등을 바꾸어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한다는 부분은 형제단에 그대로 적용했다.

현실에서는 소련나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듯하다. 빅 브라더의 검은 머리와 콧수염 등의 묘사는 스탈린과 비슷하고, 그의 현학적 자문 자답식 어투 역시 그대로 베꼈다. 이는 스탈린이 어릴 적 신학교에서 배운 교리문답의 형식 그대로라고.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문하고 세뇌하는 과정도 공산권에서 흔하게 행해졌던 자아비판의 패러디라 할 수 있다. 쿠폰제의 경우엔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1차세계대전 당시 조르주 클레망소 치하 프랑스의 전시 배급 과정에서 빌려왔고, 윈스턴에게 트라우마를 준 전쟁 묘사들도 2차대전의 묘사에서 빌려와 윤색함은 당연하다. 위에서 언급한 신체조건은 딱 봐도 나치 독일의 우생학에서 따온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국민들 대부분이 전쟁에 열광하고, 전쟁을 사랑하며, 전쟁을 증오하는 반전주의자들은 반역자로 낙인찍어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모습은 1차대전 독일 제국과 2차대전 나치독일의 사회 모습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파슨스네 남매를 비롯, 작중 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스파이단'도 공산권의 피오네르와 나치 독일의 히틀러 유겐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볼 수 있다.

골드슈타인의 염소 머리, 유대인 느낌의 풍모, 안경 등은 말년의 트로츠키의 인상과 거의 일치한다. 정치적으로 실각하여 사라진 인물들의 기록과 사진을 지워내는 것도 작품 내 상상이 아닌 실제로 소련에서 자주 있던 일이다. 이것으로 볼 때 <1984> 역시 <동물농장>처럼 소련을 전체주의 국가의 모델로 삼은 것은 확실해 보이나, 오웰의 의도는 소련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전체주의의 길을 걸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심지어는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고, 당시에 파시즘을 몰아냈다라고 확신하던 1940년대 말의 영국(과 미국)이 작품의 배경이라는 것은 당대인들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실제로 2차대전 중이나 이후 냉전기에도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은 소련을 매우 우호적으로 봤다. 피터 드러커 자서전에서 당시 영국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를 잘 묘사했다. 그런 분위기가 전후 노동당 정부가 전투기용 최신 제트엔진을 소련에 선물한 데까지 이어졌으리라. 이런 사정들이 있어서 반공소설로만 읽으면 무리가 있다. 냉전기 서구 자본주의 진영 기준의 모범적 반공소설이라기보단, 스페인 내전에까지 참전할 정도로 사회주의자였던 작가 조지 오웰이 스탈린주의로 변질되고 망해버린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로 스탈린의 소련은 스페인 내전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뒤통수를 쳤고, 이후 2차대전에서 폴란드 공산당도 배신한다. 역사상 최악 수준의 1인 숭배체제로의 변질도 이루어졌기 떄문에, 민주사회주의자였던 조지 오웰은 동물 농장과 1984로 소련을 크게 비판한다.


영향을 준 작품들

  1. 마이클 앤더슨, 1984(1956)
  2. 스탠리 큐브릭, 시계태엽 오렌지(1971)
  3. 마이클 래드포드, 1984(1984)
  4. 테리 길리엄, 브라질(1985)
  5. 커트 위먼, 이퀼리브리엄(2002)
  6. 무라카미 하루키, 1Q84(2009~2010)
  7. 1985년:빅브라더는 죽었다


같이 읽기

신어

이중사고

빅 브라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