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래(周恩来, 저우언라이, 1898년 3월 5일 ~ 1976년 1월 8일)는 중공의 초대 정부수반(국무원 총리)이다. 1922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여 모택동의 오른팔로 활동했다. 중공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후 초대 정부수반이 됐으며, 대약진운동 및 문혁 당시 인민들에게 과도한 곡물징수량을 요구하여 수많은 재해 및 아사자를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주은래의 잔혹함

홍윤표 저,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전쟁 1927-1949>, 렛츠북 | 2020년 11월 10일

1931년 5월 초의 어느 날, 막 이사를 끝낸 장씨는 마음이 심란했다. 남편이 국민당에 체포되었다는 얘기를 며칠 전 당에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찾아온 친구 부부를 내색하지 않고 접대하고 있을 때였다. 살짝 열린 대문을 밀고 갑자기 장정 십여 명이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가족들은 크게 놀랐지만 곧 안심했다. 대부분 아는 청년들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오호(伍豪)를 보고 장씨의 아버지는 반가운 기색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호의 지휘하에 청년들은 이 집 주인의 아내 장씨, 장인 장모, 처제와 이웃 부부 등 아홉 명을 순식간에 처치했다. 여기는 수일 전 국민당에 체포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정보기관 중앙특과의 실질적 책임자 고순장(顧順章)의 집이었다. 함께 봉변을 당한 이웃은 중국공산당 비밀당원이자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한 유망한 국민당 장교 사려(斯勵)였음에도, 그리고 그가 1927년 장개석의 4.12 쿠데타 와중에 주은래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음에도 끝내 자비는 없었다.

모든 상황이 끝나자 오호 즉 주은래는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불과 보름 전만 하여도 ‘아버님, 제수씨’하며 지내던 동료의 가족들이었다.

“설마 주은래가?”

주은래에 대하여 책과 뉴스로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은 참혹한 일가족 몰살 사건의 주범 오호와 그를 동일인물로 연상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주은래를 온화한 현자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은 주은래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닉슨 대통령은 퇴임 후 1982년 발간한 저서 <지도자들 Leaders>에서 주은래가 잊고 싶어 했던 1931년 그날의 행적을 소환했다.

“1950년대 극동 담당 국무차관보였던 로빈슨(Walter Robinson)은 내게 말하기를 주은래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고도 조용히 담배를 피워 문 채 그 자리를 떠났던 사나이라고 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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