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 요강』 또는 『그로차르 요강』은 스탈린 지령문 이전 1945년 9월 10일자로 된 소련군 사령부 정치부원 그로차르가 발표했다는 문서로 여러 연구자들이 많이 언급해 왔다.[1][2][3] 그러나 이 문서는 남한의 공산주의자들이 작성하여 북한의 소련군정에 제출한 것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것으로 소련군정 문서가 아닌 것이 밝혀졌고, 그로차르라는 인물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 요강』의 내용

문제의 문서는 김국후의 『평양의 소련군정』에 실려 있으며, 내용은 아래와 같다.[4]

아울러 각 지역 위수사령부에서는 사회주의 정신에 따라 일제시대의 지도자·유지·관리는 일절 상대하지 않고, 탄압받았던 반제 투쟁의 혁명분자와 착취 대상이었던 노동자·농민과 같은 일반 근로대중을 상대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특히 1945년 9월 10일 평양주둔 소련군정 사령부가 각 지역 위수사령부에 정치지도원 그로차르 중좌의 이름으로 지령한 '독립 조선의 인민정부 수립 요강' 6개 항에서 잘 드러난다.
  1. 비(非)일본적인 각층 인민을 중심으로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를 결성해야 한다. 소비에트연방은 끝까지 노동자·농민정권 수립을 미국·영국·중국에 제안할 것이다.
  2. 토지문제는 가장 중요하므로 인구수에 비례해 토지를 재분배해야 하며, 토착 지주에 대해서는 자기가 경작하지 않는 토지를 몰수한다. 몰수한 일본인 소유 토지는 정부가 농민에게 재분배한다.
  3. 일본인 소유 공장은 일본적 요소를 없애고 공장 노동자와 기술자가 이를 관리하도록 한다. 기술 부문에서 일본인이 필요할 경우에는 과도적으로 사역하며 시급히 조선인 기술자를 양성한다.
  4. 친일분자는 철저히 소탕하고 각 분야의 불순분자를 엄정하게 숙청할 필요가 있다.
  5. 민영 기술기관은 허락하나 특별한 감시가 필요하다.
  6. 모든 문화시설, 위생설비, 교육기관은 국영으로 이관하며, 노동자 · 농민에게 개방하라.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 요강』은 허위문서로 밝혀져

이 문서는 남한의 공산주의자들이 작성하여 북한의 소련군정에 제출한 것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In&Out] 허위 문서 ‘그로차르 요강’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 : 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서울신문 2018-10-30
일부 북한 연구자들은 소련의 북한 진주직후 대북한 정책을 소개할 때 1945년 9월 14일 ‘소련군 사령부 정치부원 그로차르’가 발표했다는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요강”이라는 문서를 많이 언급한다. 이 문서에는 소련군은 북한에서 노동자 농민정권수립, 즉 소비에트화를 원조하고 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고, 소련 정부는 한국 문제에 대하여 다른 연합국 지도자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이미 정책 노선을 결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은 유명한 북한역사연구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1981년에 쓴 《한국전쟁의 기원》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연구에도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크고 두꺼운 《북한의 역사 1》이라는 책에도 그대로 인용되었다.[2]

그러나 이 문서가 허위임을 드러내는 점이 2가지 사실이 있다. 일단, ‘그로차르’ (일부 연구에는 ‘그로치코’라고도 함)라는 소련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련측 사료이다. 1990년대 소련 문서보관소의 개방에 따라 북한 주둔 소련군의 활동을 밝히는 자료가 대량으로 발견되어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단체에 의해 수집·공개되었으며, 그 중 ‘그로차르’가 발표한 ‘요강’의 출처를 밝히는 소련군 비밀 문서들도 발견되었는데, 새로 발견한 자료를 가지고 이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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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이영(李英, 1889~1960)이 방북할 때 제출한 자료 중에 소련군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러시아어로 번역되면서 ‘그로차르 요강’으로 둔갑했다. 이영은 결국 트로츠키주의자이고 분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박헌영과의 노선투쟁에서 졌으나 오래동안 북한 건국사 연구에 악영향을 미쳐온 가짜 문서인 ‘그로차르 요강’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져 있지 않았다.

그로차르 요강을 인용한 사례

p. 354 :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 요강』을 인용했으나 작성자를 그로차르 아닌 그로치코라 하였다.

함께 보기

각주

  1.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1981년
  2. 2.0 2.1 김학준, 《북한의 역사 1 - 강대국권력정치 아래서의 한반도분할과 소련의 북한군》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06-10
  3. 김선호, 《조선인민군 : 북한 무력의 형성과 유일체제의 기원》, 한양대학교출판부 2020년 03월 25일, pp.96~97
  4. 김국후, 『평양의 소련군정』, (한울아카데미, 2008년), pp.136~137.